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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108]
그날을 위해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12/04 [16:22]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그날을 위해(離世近漸) 
     
본래비조백 本來非皂白
일안청황기 一雁靑黃磯
색망여어락 塞網如漁樂
가가공겁귀 呵呵空劫歸
    
본래 희다 검다 없건만
한 기러기 청황에 부딪치다
코 없는 그물로 어부노릇 즐기다
웃으며 공겁으로 돌아가네.
    
세상 사람들은 점차 임종이 다가오면 무엇을 남길까, 무엇을 물려줄까를 생각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자식을 위해 재산을 남기고 수의를 장만하고 누울 자리까지 준비를 하지만 불문(佛門)에 사는 사람은 살아생전에 상투도 없고 돌아갈 집과 처자식 또한 없으니 겨우 남긴다는 것이 임종게(臨終偈)다. 다른 말로는 열반송(涅槃頌) 내지 입적선시(禪詩)다.


인간이 길게 살면 100살인데 대개는 7 80에 죽는다. 그나마 그 정도 나이에 명대로 산 사람은 다행하지만 명이 짧은 사람은 중도에 죽는다.


열반송에 대해 살펴보자면 3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부처님처럼 위대한 분은 교훈이나 당부의 글을 남기고, 수행을 잘하고 돌아가신 스님들 중에는 후학을 위한 유훈을 남기기도 하지만 수행자로서 자신의 진솔함을 들어내 보이기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송
너희들은 저마다 자신을 등불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삼아 그에 의지 하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인 서암(西岩)스님은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큰 스님이지만 그에게 제자가 한 말씀을 물으니 “그 노장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갔다 해라”는 이 말이 그대로 열반송이다.

 

그리고 살아생전 북방도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고승 전강(田岡)스님 역시 특별히 남긴 열반송은 없다. 다만 그의 제자가 그의 임종에 일러 한 말씀 달라하니 “무엇이 나고 죽는 고통이냐”(如何是生死苦)라고 했다.


전강스님의 말씀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역역이 남아 있다. 아주 오래 전 서울 적조사 주지를 할 때에 불교방송의 고승열전 프로그렘에서 내가 스님에 대한 소개를 한 일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선종 달마로부터 6번째를 이은 법손, 혜능(慧能 638~713)대사의 임종게를 보면 후학들에게 내리는 교훈이라 할 수 있는 말을 남겼다.
    
올올불수선 兀兀不修善
등등부조악 騰騰不造惡
적적단견문 寂寂斷見聞
탕탕심무착 蕩蕩心無著


우뚝이 선(善)을 행하지 말고
자유롭게 악을 짓지 말라
고요히 보고 들음 끊으면
텅 빈 마음에 집착 없나니.
    
육조스님의 열반송이 교훈적이라면 근세 고승 월산(月山 聖林(1913~1997)스님은 오도송(悟道頌)에 가깝다. 이 말의 뜻은 자신의 깨달음을 보인다고 할 수 있으니
    
회회일생 回回一生
미이일보 未移一步
본래기위 本來基位
천지이전 天地以前


일생을 돌고 돌았으나
한 걸음도 옮긴바 없어
본래 그 자리는
하늘 땅 보다 먼저니라.
    
위 시가 오도송 적이라면 당대 최고승이라 불리던 성철(性徹 1912~1993)스님의 열반송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 온다.
    
생평기광남여군 生平欺狂男女群
미천죄업과수미 彌天罪業過須彌
활염아비한만단 活焰阿鼻恨萬端
일륜토홍괘벽산 一輪吐紅掛碧山


평생 속인 남녀 무리가
하늘에 닫고 수미를 지난다.
산채로 불타는 지옥에 덜어져 한이 만 갈래라
둥근 해가 붉음을 내뱉고 푸른 산에 걸렸네.
    
열반송이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첫 머리 나의 임종선시 또한 사족을 피하려 한다. 훗날 눈 밝은이가 있어 단박에 알아차릴 테니까.
    
- 통영 미륵산 용화사문 제운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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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4 [16:22]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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