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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 추락하는 한국, 한국인들. 날개가 없다!
비뚤어진 주인의식과 참을 수 없는 종복근성의 민낯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04/05 [16:19]
▲ 신성대 논설위원    

2014년 12월 5일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갑자기 리턴하여 수석승무원(사무장)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날아가버렸다. 1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땅콩(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삼아 승무원과 사무장을 호통치다가 자신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승무원을 무릎 꿇리는 등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비행기를 탑승구로 리턴시키는 바람에 이륙을 20여분이나 지체시켰다.


헌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책임을 두 승무원에게 떠넘기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회유‧협박했다는 사실까지 들통나는 바람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오너 가족의 갑질로 국민적 분노를 불러온 이 사건으로 조현아 부사장이 해임되고, 그리고 항공기진로변경죄, 승무원폭행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고발되었지만 결국 공무집행방해만 인정되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미국에서라면 징벌적 배상으로 비행기 한 대는 고스란히 갖다 바쳤어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박창진 사무장의 2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기각되었다.
 
그러자 분이 풀리지 않은 민심은 계속해서 오너 일가의 집안 구석구석까지 뒤져 그 동생인 조현민의 물컵 갑질, 그 모친의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및 인부들에 대한 욕설과 손찌검 갑질을 찾아내어 망신주기를 계속했다. 그 와중에 조현아 남편의 이혼소송 제기로 인해 모녀의 집안 내 폭언과 히스티리적인 욕설 녹음까지 공개되어 완전 국민적 개망신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 바에야 뭣하러 부자가 됐냐?”며 분노하다 못해 불쌍해서 혀를 차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월 말,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경영권이 박탈당했다. 횡령 및 배임 때문이라지만 총수일가의 갑질 때문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제가(齊家) 잘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뭐 그랬다고 해서 회사를 뺐긴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로써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건으로 시작된 부잣집 막장 대하드리마가 막을 내리고, 그보다 더 추잡스런 버닝썬 사건과 장자연-김학의 사건이 흥행을 쌍끌이하고 있는 중이니 심심해 할 틈이 없다.
 
승객의 난동이나 응급상황, 또는 비행기를 잘못 탑승하는 등 갖가지 사유로 비행기가 이륙 전에 리턴하거나, 심지어 이륙 후 한참 날아가다가 회항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문제로 리턴한 경우는 항공역사상 초유라 하겠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의 발단원인과 사후 처리가 처음부터 뭔가 본질을 벗어난 것 같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그게 뭘까?
 
잘못 꿴 첫 단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 하나 해보자! 만약에 땅콩리턴 사건이 한국국적 항공사가 아닌 외국(특히 선진국)국적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다면 조현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 중 누가 비행기에서 내쫓겼을까? 누가 내렸어야 옳은가? 그 많은 언론이나 국민들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하나같이 오너家 부사장의 갑질에 분개하고, 비행기에서 쫓겨 내린 힘없고 불쌍한 사무장을 동정하기에 바빴다.
 
2차대전이 끝난 어느 날 윈스턴 처칠이 의회 연설을 하러 가던 중 지각할 처지에 놓이자 운전수가 신호위반을 하여 순경에게 걸렸다. 운전수가 수상이 타고 계신데 의회에 급히 가야하니 그냥 보내달다고 하자, 순경이 뒷좌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비슷하게 생기셨지만 수상은 아니시군요. 우리 수상 각하님은 신호위반 하실 분이 아닙니다.”며 딱지를 끊었다. 수상관저에 돌아온 처칠은 기특하게 여겨 경시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순경을 특진시키라고 하자 경시청장이 난색을 표하면서 거절하였다. 순경이 신호위반 딱지 끊었다고 특진시킨 사례도 규정도 없다고.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는 참 많다.
 
비행기 사무장은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만약 그때 시비를 걸고 난동을 부린 승객이 회사의 오너 가족이자 부사장이 아닌 사람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당연히 자신의 권한으로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공항경찰을 불러 승객을 끌어내게 했을 것이다. 그랬어야 마땅했다. 한데도 대한항공의 그 부사장이나 그 사무장이나 공히 공(公)과 사(私)를 구분할 줄 몰랐고,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이 뭔지조차 몰랐다. 그리고선 한 사람은 갑(甲)질을, 한 사람은 을(乙)질을 한 것이다. 물론 그 갑질도 뒤집어보면 을(등신)질이지만!
 
갑이 갑답게 갑질하는 게 뭔 잘못이 되겠는가? 진정 주인의식을 가진 오너 가족 부사장이면 비행기를 타자마자 승무원에게 “쉿! 나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손님들 잘 모시라!”고 하는 게 정상이겠다. 그리고 웬만하면 자기네 회사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다른 선진국 비행기를 타서 그들의 보다 나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 할 것이다. 헌데 탑승하자마자 자신이 그 비행기와 관계있는 특별한 신분임을 주변 승객들에게 과시하려는 듯 승무원을 제 집 종 다루듯 닦달해댔다. 갑은 갑인데 근본이 천한 졸갑이었던 거다.
 
졸부근성과 노비근성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공과 사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고, 주인의식이나 주동의식이 뭔지에 대해 제대로 성찰해본 적이 없다. 하여 그로인한 혼동과 비합리적인 사고, 부적절한 처신은 인간관계에서 매번 갖가지 모순과 갈등을 일으킨다. 갑질은 그 대표적인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크거나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수많은 사장들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주인의식을 강조하면서 회사가 자기 것인 양, 회사 일이 내 일인 양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훈시를 하는 광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헌데 만약 이런 말을 서구 사람들에게 한다면 어찌될까? 아마 십중팔구 사장의 머리가 좀 이상해졌나보다고 갸우뚱할 것이다. 회사를 우리한테 준다는 거야 뭐야?
 
직원은 노비가 아니다. 막장 한국 드라마처럼 회장이 맘대로 시킨다고 무작정 따를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직책에 맞는 책임만 다하면 그만이다. 승무원이든 사무장이든 기장이든 사장이나 부사장의 시중드는 비서가 아니다. 조현아가 아니라 조양호 회장이 탔어도 비행기 안에서는 한 사람의 승객일 뿐이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으면 조용히 돌아가 회사에서 담당자를 불러 지적하고 시정을 지시할 일이다. 그리고 사무장은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프로답게 행사했어야 했다.
 

▲ 27일 서울 강서구 발산1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저지에 성공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진 사무장이 자신의 권한과 책무를 망각한 채, 회사 부사장의 갑질에 주눅 들어 250명의 승객의 안전을 무시한 채 비행기를 내린 건 분명한 직무유기다. 승객들의 집단소송이 없었던 것은 천만 다행(?)이겠다. 상식적인 나라의 상식적인 회사였으면 귀국 즉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난동을 부린 부사장과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사무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다.
 
그러니 주주총회의 결과에 마치 자신이 승리한 양 환호하는 그 사무장의 모습은 결코 영웅적이라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억울하게 당했다고만 생각했지 본인의 직무유기 과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반성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주체의식, 주동의식을 가진 존엄한 인격체로서의 한 개인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미운 주인 밑에서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노비적인 모습이다.
 
서비스도 품격이 있어야!
 
아무려나 땅콩회항 외에도 음주 난동, 라면 상무 등등 비행 중 갑질 사건은 종종 있어왔다. 비싼 일등석에서 기껏 술 한 잔 더, 라면 하나라도 더 끓여먹어 본전 뽑겠다는 졸부적 근성도 한심하지만, 왜 그 같은 한국인의 추태가 굳이 한국 국적기 안에서만 일어난단 말인가? 왜 차라리 중국인들처럼 남의 나라 여객기에서는 난동 부리지 못하는 걸까? 그랬다면 소통에 문제가 있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최소한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말이 통하는 동포 승무원이 그렇게 만만하던가? 그토록 관심 끌고 싶으면 갑질 대신 신사도를 발휘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며칠 전 대한항공은 알레르기를 가진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기내에서 제공해오던 땅콩을 없앤다고 했다. 왜 땅콩뿐인가? 진즉 라면부터 없애야 했다. 아니면 김치찌개, 부대지개까지 끓여주던가? 라면이 너무 퍼졌네 덜 퍼졌네 하며 승무원을 성가시게 부려먹는 진상들. 라면 맛에 까다롭다는 건 그만큼 라면을 많이 먹고 살았다는 건데 그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가? 라면이 고급한 음식이던가? 라면 먹은 꼴을 곁에서 지켜본 점잖은 외국인 신사 숙녀라면 다시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이지 일등석에 탔으면 잠시 본색을 감추고 신사인척, 숙녀인척이라도 좀 하자. 필자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면 회사 오너 가족 뿐 아니라 회사 임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타국적 타회사 여객기를 이용하도록 하겠다.
 
부자만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다. 나라의 흥망은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였다. 갑답지 않은 갑, 을질을 마다 않는 을들이 있는 한 한국인들의 갑질(을질)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땅콩리턴 덕분에 도매금으로 싸잡아 어글리코리안이 된 4년 넘는 세월 내내 역겨웠다.
 
어쩌면 에피소드로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소한 사건이 한국 졸부들의 천박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우리는 언제 이 질긴 된장독 근성을 떨쳐버리고 성숙사회로 진입할 수 있으려나? 품격경영이 그 답이겠다. 아무려나 가세(家勢)와 가풍(家風)은 별개! 가난하다고 비굴해지는 것도 조롱받을 일이지만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건 죄악이다. 대한항공 조씨 집안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삼대에 걸쳐 덕(德)질을 해도 모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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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5 [16:19]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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