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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39]
선조후계(先弔後戒)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7/12 [12:44]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선조후계(先弔後戒)
 
하기노구 何其勞求
궁극개허 窮極皆虛
본래유무 本來有無
일점설로 一點雪爐
 
무엇을 그토록 애써 구하려하나
끝내는 다 부질없는 것을
본래 있다 없다 함이
화로에 한 점 눈방울인 것을
 
선조후계란 앞서간 분을 조의하고 후인에게는 경계를 말한다. 서산대사는 산다는 것이 한 조각 뜬구름이라 했고,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인생을 비유 했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이번 서울시장 박원순의 죽음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한 생을 살았고 그렇게 마무리 했다. 그의 고향 창녕은 낙동강물이 흐르고 화왕산이 있는 명지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유년을 보내며 큰 꿈을 길렀고 그것을 이루었다. 그의 행적을 보면 남달리 선구자적이었다. 참여연대 민변 희망제작소 등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민선 3선을 한 서울시장이다.


그렇게 왕성한 행적 중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도 비난도 따른 중심에 있었다. 그를 보내고 보니 당대의 고승 경봉스님이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연극이다. 멋진 연극 한 번 하고 가라.” 했고.

 

중국의 고승 동산양개(洞山良价)는 자신을 향한 소회(所懷)에서
명리도 구하지 않고 영화도 구하지 않습니다. (不求名利不求榮)
다만 이 생을 인연 따라 살아갈 뿐 (只麽隨緣度此生
세 마디 기운 소멸 될 때 누가 주인이며 (三寸氣消誰是主)
백년 살이 마친 후 이름마저 부질없거늘 (百年身後謾虛名)
 
권력이란 힘이 있는 자리라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탐하지만 수행자의 분상에서 보면 그저 무상할 뿐이다. 그 자리는 힘을 쓰기도 하지만 늘 위태로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르지 않으면 떨어질 일 없을 것을 준비되지 못하고, 그저 높이 오르려고만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기러기가 하늘 높이 날자 모래밭에 자국을 남기고, 인간이 황천에 감에 그 집과 이름을 남긴다.”(鴻去天末飛沙跡 人去黃泉在家名)라고 하지만 집을 남기고 이름을 남긴다는 생각도 부질없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문명국 미국의 부호들도 살아생전 부를 나누려하지 누구를 위하여 사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던가?


불꽃이 한창 타오를 때에는 그 불꽃을 끄기 어렵다. 오늘 우리사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보라 그들의 열정적 불꽃을 누가 꺾으랴 그 불꽃은 스스로 제어되었을 때만이 가능하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도 그랬기에 그의 무덤도 그렇고, 박원순도 생전 어느 기자와 인터뷰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길 바란다. " 했다. 난 이 말을 듣는 순간 박원순의 불꽃이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끔 인용하는 말이지만 증자(曾子)새가 죽을 때 그 소리 구슬프고 사람이 임종에 이르면 거짓이 없고 진실 되다했다.
 
이번 서울시장의 죽음에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높이 높이만 오르려 말라. 그래도 오르려 하는 사람은 오른 만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권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이 따르는 만큼 사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사욕이란 사사로운 욕심으로 권력자이기에 가능한 욕심은 모두 사욕이다. 안희정씨가 그랬고 오거돈이 그랬고 박원순도 그것을 멀리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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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2 [12:4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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