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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사진향기] 버리지 못하는 어머니의 유품
 
최병관 사진가 기사입력  2020/09/27 [11:38]

버리지 못하는 어머니의 유품 

  

명절 때가 되면 더욱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신지 18년이 지났는데 다시 돌아오지 않으신다. 하늘나라가 더 좋은 세상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괴롭다. 어머니의 유품 때문이다. 어머니 마흔다섯에 아버지는 일곱 자식을 남겨둔 채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셨다.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노동과 일곱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오셨다. 그리고 죽도록 고생만 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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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칠 남매 중 다섯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평생을 함께 살아온 덕분에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가재도구를 비롯해서 자잘한 것들을 좋던 싫던 물려받았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물건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손때 묻은 것들이어서 선 듯 버리지 못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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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까지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해 보았다. 참빗, 은장도, 시계, 바가지, 여권(막내딸 캐나다 살 때 만든 것) 동전 몇 개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 도장 3개, 빨래판, 막내딸이 사다 준 부러진 효자손, 여권 속에 넣어두신 자식 군대 가서 찍은 빛바랜 흑백 사진이 전부였다. 내 작업실에 눈만 뜨면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둔 것들이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한 어머니의 유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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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가로 삶을 바꾼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어머니의 은혜를 갚는 것은 오직 살아생전 어머니를 사진 찍고 처절하게 살아오신 어머니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피땀 흘려 장만하신 고향땅이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운명하시는 그날까지 2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었으며 고향 구석구석을 찍으며 글을 써왔던 것이다. 하지만 삶의 변화로 인해 모진 고통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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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살아생전에 책을 출간해 기쁘게 해드리려던 약속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지 10년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실크로드’( 한울출판사 2013) 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 책이 출간되자마자 먼저 안성 어머니 묘지로 달려가 묘 앞에 책을 올려놓고 나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 죽으면 그만인 것을” 중얼거리며 내 뱉은 그 말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추석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머니의 그리움, 어머니의 유품을 끝까지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참빗, 은장도, 시계

▲     © 최병관 사진가

 

*10원자리 동전 몇 개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 도장 3개

▲     © 최병관 사진가

 

*막내딸이 최신형 세탁기를 사드렸는데 세탁기를 비닐로 꽁꽁 묶어놓고 손빨래만 하시던 빨래판.

▲     © 최병관 사진가

 

*다듬잇방망이 하나는 어디로 가고, 막내딸이 사다드린 효자손 목이 부러지도록 사용하신 것.

▲     © 최병관 사진가

 

*평생 사용하셨던 체.

▲     © 최병관 사진가

 

*캐나다 막내딸을  보러 가기 위해 만든 여권, 그 속에 넣어두었던  자식 군대 가서 찍은 빛바랜 흑백 사진.

▲     © 최병관 사진가

 

* 어머니가 직접 심고 가꾼 박, 40년이 넘어도 그대로이다.

▲     © 최병관 사진가

 

*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지 10년이 넘어서야 그 약속을 지킨 포토 에세이 '어머니의 실크로드(한울출판사 2013)'

▲     © 최병관 사진가

 

* 고향집이 개발되기 전 사형선고 번호가 대문 옆 담벼락에 새겨진 글씨를 만져보시며 슬퍼하셨다. 어머니의 관을 땅속에 묻는 그 순간가지 눈물을 펑펑 쏟아가면서 직접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완성된 책이다.

▲     © 최병관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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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7 [11:38]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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