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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의 혼백론 17] 귀신을 부리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단군신화의 재해석과 귀신학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1/01/08 [15:25]
▲ 신성대 논설위원, 십팔기보존회 회장, 동문선출판사 대표

본격적으로 귀신을 찾아 나서려니 일찍이 학교에서 배운 단군할아버지 이바구가 떠오른다. 사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도무지 그럴듯하지 않아 너무 재미가 없었다. 뭐 신화라는 게 그렇고 그런 거여서 그런지 그동안 여러 국문학자들이 단군신화를 학문적으로 해석한다고 매달렸지만 역시나 그게 그 소리로 지금도 영 재미가 없다. 해서 이참에 약간의 문화인류학적인 지식과 발칙한 공상을 보태어 이왕 화끈하게 구라를 한번 쳐보자. 그런 걸 요샛말로 리모델링 아니 스토리텔링이라고들 하는가?   

 

최초의 미스코리아 웅녀 이야기

 

아득한 옛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에서 인간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더랬습니다. 동굴 속에서 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으로 다이어트하고 햇볕에 그을린 몸을 뽀얗게 정화해서 최우수 성적으로 성인식을 통과한 처녀가 최종 알몸(그때는 수영복이 없어서)심사까지 통과하여 신단에 희생으로 바쳐졌지요. 웅녀였어요. 곰처럼 못생겨서가 아니고 옛날엔 대충 그렇게들 불렀답니다. 요즘도 귀한 집 자식을 개똥이라 부르잖아요. 집집마다 개를 키웠으니 뉘집 개똥인 줄 어찌 알겠습니까만 그런 거 개의치 않았지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에덴의 동쪽으로 내치실 때 손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셨다고 해요. 암튼 당시의 우리네 조상들도 온갖 짐승 가죽을 옷 대신 걸쳤는데 당연히 호랑이나 곰 가죽이 최고 인기였지요. 그걸 입고 다니면 다른 짐승들이 겁을 먹고 함부로 못 덤볐으니까요. 만약 사슴 가죽을 걸치고 나갔다간 그날로 냉큼 호랑이나 늑대 밥이 되었겠지요. 그런 걸로는 속옷이나 만들어 입었죠. 어쨌든 그 처녀도 마침 곰 가죽을 걸치고 있어서 그냥 웅녀라고 했을 거예요. 그때는 이름이니 성이니 하는 게 없었거든요. 호랑이 가죽을 입은 다른 처녀는 최종심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그 웅녀가 털가죽을 벗고(하늘에서 인신공양임을 확인할 수 있게) 알몸으로 신단 위에 반듯하게 하늘을 보고 드러눕자, 오마이갓! 옴마니반메훔!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먹구름들이 굉음을 내며 질풍노도로 들이닥치더니 신단수에다 어마어마한 천둥 번개를 때리고 비바람을 퍼부었지요. 경천동지에 천지개벽이 나는 줄 알고 다들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가 돌아와 보니 신단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방팔십리 초목이란 초목은 모조리 새까맣게 타버렸지요. 웅녀는 흠뻑 젖어 죽은 듯 퍼져 있다가 사람들이 가까이 가자 깨어났는데 기적처럼 멀쩡했어요. 그런데… 으잉? 웅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답니다. 

 

▲     © 신성대 논설위원

 

환웅(桓雄)이 잉태를 시킨 겁니다. 소위 벼락치기한 거지요. 웅녀가 엄청 예뻤거든요. 오죽 반했으면 하늘로 곧 올라갈 텐데 그새를 못 참고 뛰쳐내려 왔겠어요. 암튼 그런 게 진짜 신내림인 거지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단군(檀君)이십니다. 자고로 위대한 성인들은 이렇게 출생부터가 파격적이랍니다. 고대엔 모계사회였고, 모계사회에선 엄마는 알아도 아버지가 누군지는 묻지도 않았다지요. 단군이야말로 그 아버지가 누군지를 밝힌 첫 사례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시조인 거죠! 그때부터 부계사회가 시작된 겁니다.

 

신단수와 감나무

 

전 세계에서 유독 한반도에 고인돌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그게 다 신단(神壇)이지요. 원래는 신수(神樹) 아래에 쌓았었는데 신수는 죽고 신단만 남은 겁니다. 요즘도 어딜 가다가 조금 특이하게 생긴 바위나 큰 나무만 보면 그 앞에 엎어지고, 집집마다 감나무 밑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치성 드리는 것도 다 거기서부터 내려온 습관이지요.

 

참고로 한자가 들어오기 전 고대 우리말로는 신(神)을 ‘감(ㄱㆍㅁ)’ ‘검(儉)’ ‘곰(熊)’이라 했다고 해요. 해서 천둥 벼락이 치면 감짝 놀라고, 귀신(탈)을 보면 놀래서 “깜짝이야!”하고, “감쪽같다!”며 사람도 속고 귀신도 속잖아요. 무서울 땐 ‘검(겁)난다!’고 하잖아요. “감(깜)이 된다!”는 건 탈이나 신목(神木)으로 삼을 만하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신(神)나무를 ‘감나무’라 불렀던 거지요. 

 

처음엔 벼락을 맞아도 끄떡없는 박달나무를 신단수로 삼았다가 나중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감나무[柿]를 신수로 삼았어요. 왜냐하면 감나무는 오래 되면 속이 검어지는데 옛사람들은 그게 벼락을 맞아 그런 줄 알았거든요. 벼락 맞고도 끄떡없이 하늘과 소통하는 신령한 나무여서 ‘감나무’, ‘곰(고욤)나무’로 부른 거지요. 해서 집집마다 감나무를 심고 울타리에는 가시 많은 엄나무를 심어 잡귀들이 못 들어오게 막았지요. 그리고 감을 귀하게 여겨 곶감으로 말려두었다가 제사상에 올렸지요. 

 

호랑이도 곶감을 제일 무서워한다잖아요. 호랑이도 한 가닥 하는 영물이잖아요. 직감적으로 그걸 먹었다간 코 꿰인다는 걸 알아차린 거죠. 물론 귀신들처럼 쑥이나 부추, 파, 마늘 같이 냄새나는 야채도 질색을 하지요. 이야기가 잘못 전해지긴 했지만 사실이라 해도 호랑이가 육식만 하다가 그런 걸 먹고 어떻게 백일을 견디겠어요. 당연히 동굴 성인식대회에서 탈락했겠지요.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선발대회였지요. 솔직히 말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이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치사스럽고 비겁할 때가 많았잖아요. 하느님이라면 절대 그런 불공평한 게임 안 시키지요.

 

어쨌든 호랑이는 하늘로 올라가는 걸 싫어한답니다. 왜냐하면 그곳엔 용(龍)이 있거든요. 하늘에선 용한테 못 이기지요. 용이 물고 있는 붉은 여의주도 원래는 천국의 곶감이랍니다. 용이 곶감을 좋아하거든요. 원숭이는 바나나로 길들이고, 말(馬)은 당근으로 달리게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용들이 하늘에서 신들을 태우고 다니는 겁니다. 그 곶감을 못 얻어먹어 승천을 못하고 있는 용을 이무기라 하지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서양의 아담과 이브도 하느님 정원에서 감을 따 먹고 쫓겨났을 거예요. 

 

아무튼 하느님 정원엔 온갖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감나무였어요. 그걸 신수(神樹)처럼 보살폈던가 봐요. 천국으로 워킹홀리데이 올라갔던 선남선녀들 중 일부는 그 정원 돌보는 일을 했는데, 그만 유혹에 못 이겨 덜 익은 감을 따먹다 들켜서 아담과 이브처럼 내쫓기는 일이 종종 있었나 봐요. 그 시절 인간들이야 CCTV가 뭔지를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나저나 하느님이 엄청 야박했던가 봐요. 그딴 감 한 개 따먹었다고 적금‧퇴직금을 다 까고도 모자라 입고 있던 껍데기까지 홀랑 벗겨 내쫓다니 말예요. 

 

그리고 얼마 전엔 큰 공주가 하인이 하늘콩 몇 개 잘못 깠다고 “너, 내려!” 하고 내쫓는가 하면, 작은 공주까지 괜히 신경질 부려 물잔을 집어던지며 시녀를 내쫓고, 부인은 하인한테 욕설에 손찌검까지…! 해서 전 지구인들이 분개를 하고 삿대질을 해댔잖아요. 소위 깜질을 한 거죠. 아무려나 하느님 당신이 그렇게 쩨쩨하셨겠어요? 선발되어 올라간 선남선녀들이 너무 잘생겨서 부인이나 공주들이 질투가 나 그딴 걸 트집 잡아 자른 거겠죠. 그럼요! 분명 그랬을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천국생활이라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짜증날 만도 하죠. 

 

그렇지만 못된 짓일수록 더 빨리 배우는 게 인간인지라 저들도 뻑하면 아랫사람을 그렇게 내쫓고 구박을 해요. 심지어 제 새끼가 자다가 오줌을 싸도 발가벗겨 내쫓아 소금 동냥시키잖아요. 아무리 소금이 귀하기로서니 너무 심했지요. 차라리 오줌 받아 죽염을 만들지…! 어린아이 오줌은 약으로도 썼다잖아요. 요즘은 그것도 모자라 제가 낳은 자식을 내다버리고, 굶기고 때려죽이기까지 하잖아요. 외국인 노동자 착취에, 동남아 처녀들 며느리로 데려와 노예처럼 학대하고…! 암튼 깜이 안 되는 인간들이 하는 짓인지라 ‘갑질’이라 하지요. 아이쿠, 이런! 이야기가 또 옆으로 샜네요. 

 

제사상에 과일을 올리는 이유

 

아, 흥분하다보니 진짜 중요한 얘기를 빠트릴 뻔했네요. 한민족 두뇌(잔머리)는 세계 최고라잖아요. 홀딱 벗기고 알몸으로 쫓겨난 한 선녀가 먹고 난 감씨를 몸 속 어딘가에 숨겨 내려오지 않았겠어요. 그 어딘가가 설마…? 에이, 쓸데없는 상상 말아요! 흠, 이것도 저만 아는 비밀인데…, 실은 그 선녀가 숨기려고 해서 숨긴 게 아니고, 화들짝 놀라 급히 삼키는 바람에 그만 씨까지 꿀꺽한 거였어요. 바로 그 씨가 쫓겨 내려온 다음 날 밖으로 나와 퍼지고 퍼진 거지요. 그 참,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라 고맙게 여겨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곶감을 올리는 거랍니다. 

 

어디 감뿐이겠어요? 대부분의 과일은 천국에서 온 거랍니다. 우리가 제사상에 놓는 과일은 모두 천국에 있던 것으로 우리의 선남선녀들이 그렇게 저렇게 해서 씨를 구해 온 거랍니다. 다른 나라 과일들은 그 나라 선남선녀들이 가지고 내려온 거겠지요. 그게 버릇이 돼서 나중에 누군가는 중국에 가서 목화씨도 숨겨 들여왔잖아요. 근자에도 선진국 기술 훔쳐다 배 만들고 컴퓨터 만들고요. 그러니 훔치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가 없는 거지요. 몽땅 빼앗거나 하나밖에 없는 걸 훔친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하느님 정원의 그 감나무엔 선남선녀는 물론 일반 천신(天神)들도 잘 모르는 특별한 비밀이 있답니다. 이건 공개하면 안 되는데… 인간들이 하도 오해를 해서…! ‘기억의 열매’예요. 그 감을 따먹으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답니다. 그러니 지상에서 올라간 선남선녀가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인간세상, 부모, 형제 생각에다 제물로 바쳐질 때의 부끄럽고 무서웠던 기억…, 그리고 인간들의 온갖 욕망과 속된 버릇까지 죄다 되살아나는 거지요. 소위 말하는 판도라의 항아리가 열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단 하루도 천국에 머물 수가 없어 바로 추방되는 거예요. 

 

당연히 천국의 물건은 지상으로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옷까지 벗겨 알몸으로 내쫓는 겁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인간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리니까요. 그래서 절대 못 따먹게 하고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놓고 감시하는 거지요. 그런 거라면 안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간혹 기억상실, 치매, 두통 약으로 쓰일 때가 있답니다. 대신 완전히 익어서 홍시가 되거나 또 말려서 곶감으로 만들면 기억회복 효능이 없어지는 대신 머리가 맑아지고 기가 막히게 달고 맛있어진답니다. 오죽하면 용이 그 맛을 보는 순간 승천을 하겠어요. 

 

아, 물론 선남선녀들이 천국으로 들어갈 때 먹는 ‘망각의 열매’도 있답니다. 인간 세상에서의 일을 다 잊어야 하니까요. 바로 모과예요. 모양도 맛도 별로인데다 먹기조차 거북해서 천국에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요. 당연히 쫓겨날 때에도 그걸 먹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천국의 비밀을 지키는 거지요. 천국에서의 기억을 지니고는 지상에서 하루도 못 살고 미쳐버리기 때문예요. 거부하면 바로 지옥으로 떨어져요. 천국에선 단 한 번의 잘못도 용서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답니다.

 

예? 아담과 이브가 따 먹은 건 감이 아니라 무화과라고요? 뭐, 오렌지면 어떻고 망고면 또 어떻습니까? 천국에는 인간이 아직 맛보지 못한 신비한 과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답니다. 모두가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구름 위에 자라는 불로과(不老果)들이지요. 극히 미미한 우주 에테르(정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몇 백 년 혹은 천년에 겨우 열매 하나씩 맺는답니다. 천국에선 지상의 인간들처럼 풀 뜯어먹거나 뿌리 캐먹는 짓 안한답니다. 그냥 심심할 때 오다가다 과일을 따 먹지요. 아무거나 하나만 먹어도 대략 5,6백년은 배가 고프지 않답니다. 

 

안타깝게도 그것들을 땅에서 기르면 그런 효능이 없어져요. 흙은 모든 걸 빨리 자라게 해주지만 효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상의 과일 하나로는 두세 시간도 못 견뎌요.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쉬지 않고 뭔가를 먹어야 하지요.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열매를 따 먹은 아담에게 이르시길,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라고 하셨지요. 천년 묵은 산삼을 캐먹어도 백 살을 넘기기 어렵지요. 유전자를 조작하고 제 아무리 개량을 하고 수경재배를 해도 소용이 없답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의 차이쯤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하느님도 그래서 인간들이 씨앗을 훔쳐가도 모른 척 눈감아주시는 거지요.

 

천기누설(天機漏泄)!

 

이쯤에서 “천국의 일을 어찌 그리 잘 아느냐?”하고 물으시겠지만, 그것만은 진짜진짜 비밀입니다. 이야기 해줘도 어차피 안 믿을 거니까요! 언젠가 어떤 중이 민족의 뿌리가 궁금하다기에 이런 이야기를 조금 들려줬더니 그걸 글쎄 나중에 책에다 써놓았는데, 뭐? 곰이 사람이 된다는 둥, 환웅이 서자라는 둥… 도대체 뭔 말인지? 얘기 해준 나도 모르는 꽁지 빠진 구라를 잔뜩 늘어놓은 거예요. 천지 분간도 못하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인간이 무슨 유사(遺事)가 어쩌구 역사(歷史)가 저쩌구… 나 참, 어이가 없어! 아이쿠, 이러다 진짜 천기누설 하고 말겠네! 얼른 마쳐야겠어요.

 

아무튼 한민족이 하느님의 자손인 건 확실하답니다. 벼락치기 잘하고 신바람 좋아하는 것만 봐도 알만 하잖아요! 누굴 닮아 그렇겠어요. 피는 못 속이죠. 그러니깐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라며 하느님이 지금까지 보우해주신 거지요. 계속해서 마르고 닳도록 보우받으려면 운동장에 모여 애국가 열심히 부르고 무궁화 많이 심어 하느님의 환심을 사야 해요. 집집마다 감나무도 심어야지요. 

 

그리고 가을에 감을 다 따지 말고 까치 먹으라고 몇 개는 남겨두어야 해요. 왜냐하면 그걸 먹어둬야 까치들이 칠월칠석날 하늘나라로 올라가 환웅과 웅녀가 만나는 다리를 놓으니까요. 이 역시 인간들이 또 잘못 전해 듣고 견우니 직녀니 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예요. 하늘나라엔 밭 갈고 베 짜는 사람이 없답니다. 하느님이 당시 하늘과 땅의 규칙을 깨고 벼락치기한 당신의 아들을 벌하기 위해 그 둘을 일 년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게 하신 거랍니다. 어쨌든 한민족은 귀신 부릴 자격이 있습니다. 

 

홍익귀신(弘益鬼神)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실 이것도 홍시귀신(紅柿鬼神), 홍시인간(紅柿人間)으로 알려줬는데 제 딴에는 글 좀 안다고… 뭐 어쨌거나 그게 그거…. 널리 귀신을 이롭게 하는 자, 널리 귀신을 부리는 자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인간세상을 다스릴지니, 제발이지 우리도 이젠 귀신 좀 부리며 살아봅시다! 까짓, 천둥 벼락 크게 때리고 용을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아보잔 말입니다. 곶감 잔뜩 싣고 천국으로 올라가서 단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 문안 인사도 드리고 우리 선남선녀들 곶감 실컷 먹게 해주잔 말입니다. 세상 모든 귀신과 괴물들에게도 곶감을 먹이자고요. 

 

흠! 말이 난 김에 제 비밀을 살짝만 공개하지요. 요즘 천국에선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생겼답니다. 땅에서 죽어 올라오는 인간영혼들 중에 정신질환자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염라대왕이 이들을 심문해서 천당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횡설수설하는지라 판결에 진땀을 빼고 있지요. 해서 하느님이 저더러 진상을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겁니다. 하여 정신질환자들을 만나 치료도 해주며 그 원인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중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귀신한테 겁먹지 말고 스스로 치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를 이렇게 공개하는 겁니다. 

 

▲  “인간이 되면 죽을 때까지 땀 흘리며 일을 해야 돼! 그러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쑥과 마늘은 먹으면 안 돼! 알았지?” @연합뉴스

 

귀신을 부리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올라타는 놈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귀신을 섬기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귀신을 만드는 인간이 있고, 귀신을 부리는 인간이 있습니다. 결국 귀신을 만드는 자가 귀신을 부리고 인간도 다스립니다. 도깨비든 허깨비든, 신이든 귀신이든, 공귀(孔鬼)든 양귀(洋鬼)든 남의 귀신을 그만큼 섬겼으면 됐지 얼마나 더 섬기렵니까? 

 

지금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찌질한 ‘전설의 고향’으로 겁주어 오줌싸개 만들지 말고, 대신 이런 중차대한 핏줄의 역사를 알려줘서 일찍부터 귀신 부리는 재주를 익히게 해야 합니다. 귀신 부리는 배짱이면 무슨 일인들 못해내겠습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서유기》《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드라큐라》《반지의 제왕》《스타워즈》《해리포터》등 남의 귀신이야기 천 권 만 권 읽혀봐야 남의 귀신 섬기는 것밖에 못 합니다. 제집 강아지가 옆집 주인한테 꼬리치는 꼴이지요. 그래서는 절대 주인의식, 주동의식 못 기른다는 말입니다. 

 

모든 귀신은 자기를 만든 주인에게만 복종한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조화를 부려 번 돈을 몽땅 주인에게 갖다 바칩니다. 자기 신화란 게 그래서 필요하고 또 중요한 거지요. 해서 신화를 가지지 못한 민족은 문화창조를 못하는 겁니다. 남 따라 베끼기만 하지요. 그러니 당장 급한 건 종교학(신학)이 아니라 귀신학이겠습니다. 아무려나 귀신을 제대로 알아야 귀신을 만들든 부리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귀신이 무서워서야 어찌 귀신을 만들겠습니까? 

 

개뿔 같은 소리! 

맞습니다. 용(龍)만 뿔 달라는 법 있습니까? 개뿔, 쥐뿔인들 못 달아주겠습니까? 미꾸라지만 용 되란 법 있습니까? 뭔 놈의 귀신들이 그렇게 엄숙하단 말입니까? 지렁이도 하품하면 뿔 달아 줘야 합니다. 곶감 먹이면 게나 고둥이나 다 날아오릅니다. 땅강아지도 곶감 물면 손오공,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모조리 다 잡아옵니다. 제발이지 뻥을 치려면 제대로 칩시다. 또다시 말씀드리지만 진리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것’이 아니라 ‘짓’입니다.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집단무의식? 원형(Archetypes)? 명사화 작업은 버스 지나간 다음에 학문한다는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맞습니다. 말이 되면 애당초 귀신도 없었지요! 허지만 어떡합니까? 말이 되는 건 돈이 안 되고, 돈이 되는 건 말이 안 되는 걸! 책도 마찬가지랍니다. 제가 40년 가까이 책을 만들었잖습니까. 책 같은 책은 도무지 안 팔리고, 책 같지도 않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렇고, 귀신도 그렇습니다. 정치도 그렇고, 예술이란 것도 그렇고…. 헛것이 진짜고, 진짜가 헛것입니다. 그러니 헛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진짜를 고르시겠습니까? 

 

 나는 대한민국이 아픕니다. 대한민국 귀신이 아픕니다. 귀신이 죽어야 귀신이 삽니다. 하여 귀신을 만들고 싶습니다. 큰 귀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짜 진짜 큰 우리 귀신 말입니다. 해서 감히 말도 안 되는 이바구들 모아 도무지 책 같지도 않은 책을 하나 묶었습니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금 나와라, 뚝딱! 돈 나와라, 뚝딱!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모여라! 귀신놀이 할 사람 여기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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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08 [15:2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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