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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칼럼] 미스트롯2에서 전유진을 만나다
미스트롯2로 코로나19를 잊고 힐링하다
 
정재학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1/26 [14:34]
▲ 정재학 칼럼니스트

 미스트롯2가 전개되는 동안 난 관심 없는 방관자였다. 앉아서 노래나 듣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 활동을 금하라는 무언의 강요에 움츠러들기만 해야 하는 시절이 아닌가.

 

그러다 며칠 전 지인(知人)이 보내준 폰 문자를 열다가 들려오는 노래에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미자의 노래만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시고 멍하니 듣는 일이 많았다. 외출은커녕 아녀자는 감히 노래조차 부를 수 없는 시절의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무도 모르게 가만가만 따라부르시곤 하였다. 어머니 돌아가신 날까지 노랫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남아있는 어머니의 영상이다.

 

 그날 지인이 보내준 노래는 내가 할 일을 멈추고 어머니처럼 넋을 잃고 듣게 만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성(美聲)의 목소리, 고음으로 올라가면서도 변하지 않는 음색, 가을바람처럼 가슴 밑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청량감. 나는 그 노래에서 비취빛 가을하늘을 보았고, 피어나는 노오란 순혈(純血)의 가을꽃들을 보았다.

 

전유진이었다. 그렇게 전유진은 가슴 밑으로 들어온 서늘한 가을바람이었다. ‘서울 가서 살자’는 금잔디의 노래가 유진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슬픈 가사가 어떤 희망의 정서로 바뀌고 있었고, 금잔디의 울 듯한 얼굴이 유진에게서는 간절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재해석과 재구성의 절정은 장윤정의 노래 ‘약속’이었다. 드라마 ‘이산’에서 배경음악으로만 알았던 노래는 원곡자 장윤정을 거쳐 유진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노래는 목적하는 본연의 색깔을 갖추기 시작했다. 장윤정이 혼신의 힘으로 부르는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유진이 고운 목소리로 들어올리는 아침 무지개를 보았다. 노래는 부드럽게 구름을 타고 있었다.

 

 나는 평소 불면의 밤을 보내는 적이 많다. 이명(耳鳴)이 있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꿈마저 어지럽고, 그렇게 시끄럽고 하찮은 개꿈을 꾸고는 다시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유진의 노래를 들으면서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유진의 ‘약속’과 ‘서울 가 살자’는 노래가 1시간짜리로 들려주는 유튜브가 있다. 내가 그 유튜브를 열고 1시간을 듣고 있을 때, 어느덧 새벽이 와 있음을 알았다. 유진은 나를 숙면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하늘이 주신 천부(天賦)의 재능은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인간이 단련한 노래는 한계가 있을 뿐, 치유의 기능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유진의 노래에서 나는 심신이 정화되는 힐링을 느꼈다. 하늘은 천재를 내려주신 것이다.

 

유진은 보물이다. 천부의 재능을 소유한 보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보물을 아끼고 보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도 사랑도 독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나는 미스트롯2에서 유진의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맨꼭대기에 서는 것은 반대한다. 너무 일찍 피는 꽃이 어떻게 시들어가는가를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진이 7명에도 끼지 못하는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상처는 진주를 품게 하지만, 그것은 유진의 재능을 사멸(死滅)시키는 독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유진은 미스트롯 진선미 중 ‘미’가 되었으면 어떨까 싶다. 남으로부터 온갖 질시와 축복과 미움과 시기의 시선을 받는 최고의 자리보다는 길가 수풀 속에서 곱게 숨어 피는 정도. 남의 강렬한 시선을 피하되 절대 숨길 수 없는 자리에 유진이 있었으면 한다.

 

유진이 데스매치에서 떨어졌다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유진을 버리고 성민지를 찍은 정동원 군과 장영란을 향한 욕설도 들었다. 그러나 나 역시 성민지의 ‘길면 3년 짧으면 1년’이라는 노래도 좋다. 다만 천재라는 레벨에서 벗어나 하계(下界)의 기준에서는 정말 잘 부르는 아가씨였다. 정동원 군과 장영란은 그 하계의 음률에 반한 것이다. 잘못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을 미워하며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안티유진을 생산하여 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유진을 보호해야 한다. 그 순수를 지켜주어야 하고, 하늘의 재능을 아껴야 한다.

 

 힐링은 나만이 느끼는 감동이 아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말하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에 유진의 노래를 들으면서 간다는 사람들. 그리고 수십 번 수백 번을 들으며 지금 이 엄혹한 코로나 시기를 넘어간다는 사람들. 나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금 마음 텅 빈 쓸쓸함과 외로움이 밀려드는 육순 중반의 나이에 나는 유진의 노래를 들으며 수월하게 노년의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갑자기 모든 것이 좋아진다. 장윤정이 좋고 금잔디가 좋다. 박선주가 좋고 조영수가 좋다. 가현이랑 태연이가 좋고 의영이도 좋다. 미스트롯2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다. 모두 전유진 때문이다.

 

2021. 1. 26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자유논객연합 부회장, 시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자유교원조합 중앙고문, 국가유공자, 데일리저널 편집위원, IPF국제방송 편집위원, US인사이드월드 편집위원, 전추연 공동대표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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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6 [14:3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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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거사 21/01/26 [15:45]
맨 꼭대기에 서는 것보다 '미'를 바라는 마음은 저도 그렇습니다. ㅎ 돈만 생각하는 어른들 세계에 휘둘리면 자칫 빛을 잃어버릴까 염려도 되구요~ 대형 가수들 대부분이 돈을 모르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죠~~ 그래서 오랫동안 빛을 잃지않고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것 같습니다. 유진양은 조용필이나 등려군같은 대형가수의 재목이 보입니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 맨 꼭대기에 서는 것 보다는 오랫동안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가수로서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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