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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칼럼] 미스트롯2,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다
 
정재학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1/28 [09:46]
▲  정재학 칼럼니스트

 마스크를 쓰고 오랜만에 읍내를 나갔다. 나처럼 마스크를 깊게 눌러쓴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 모두 무표정한 얼굴이다. 말을 건네는 법도 없이 사람들은 갈 곳을 향해 모이고 흩어지고 있었다. 우울한 그 무엇이 사는 곳마다 침묵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코로나 불루(Blue) 시대의 무거운 표정들이었다. 어디 가서 활발하게 말하고 웃을 수도 없고, 어디 노래방이라도 가서 답답한 가슴을 풀 수도 없었다. 그저 길에서 집으로, 들에서 집으로 가는 길만 보일 뿐이었다. 곧 우울이 분노로 발전하는 코로나 레드(Red) 현상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스크 쓰라는 말에 두들겨 패는 폭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우울(憂鬱)과 절망에서 구제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유진의 노래였다. 잡티 하나 없는 가을 하늘 같은 맑은 목소리에 실린 유진의 노래로 인해, 나는 검은 우울의 침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미스트롯2를 지켜보기 시작했고, 미스트롯이 주는 곱고 아름다운 시적 서정(抒情) 속에 빠져들었다. 거기엔 강렬한 몸짓이 있었고, 봄빛 언덕에서 복수초를 만나는 경이로움이 있었다. 출연자들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격렬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 저런 아이도 있었는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어린 샛별들이 나이 어린 가슴에 담아있던 하얀 누에실을 뽑아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세상의 숱한 고난과 서러운 삶을 살아온 그 이야기를 비단실로 뽑아올리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무릎을 구부리고 주저앉듯이 몸 안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저 뜨거운 몸부림과 사연들. 누구는 제주에서, 누구는 바닷가에서, 누구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달려온 음악의 영혼들이었다.

 

나는 이 기막힌 현장에서 대한민국이 하늘의 축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이런 고운 것들이 태어나 이 작은 나라에 모여 있을까. 그리고 이런 별들이 또 얼마나 있을까.

 

김다현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변성기도 거치지 않은 저 어린 것이 회룡포를 찾아온 늙은 삶을 노래하고 있을 때, 다현의 두 다리가 담을 수 없는 인생의 무게에 휘청거리는 것을 보았다. 잔인한 일이었지만 나는 미스트롯 운영진을 이해해 주기로 하였다.

 

차별과 제한과 혼돈이 없는 경쟁의 터에서 마리아를 보았다. 머나먼 타국(他國)의 처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때, 나는 그녀가 금발머리의 한국인인 줄만 알았다. 완벽한 발음과 막힘없이 한국인의 정서가 흘러나오는 마리아를 경탄의 눈으로 지켜보기로 하였다.

 

들판을 헤매며 어딘가에 피어있을 겨울장미를 찾아 조용히 건네주고픈 출연자가 있었다. 나에게 전유진을 소개한 지인(知人)은 아무 말 없이 김의영의 노래 하나를 건네주었다. ‘가버린 사랑’이었다.

 

나는 노래를 듣다가 김의영의 얼굴을 보았다. 핏기없는 파리한 얼굴. 슬픈 사연을 담은 얼굴이었다. 삶의 그늘에서 색바랜 얼굴은 백년해로를 맺은 사람들의 이별을 노래하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과 간곡한 소원이 없으면 부를 수 없는 경지에서, 그녀는 천상(天上)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또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부디 행복해지기를, 앞으로는 좋은 일만 의영에게 있기를 바랐다. 신고(辛苦)스런 가난한 삶의 언덕을 지나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 난 그녀에게 붉은 겨울장미를 한 송이 건네주고 싶다. 붉은 장미의 따스함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었으면 싶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 대문을 열었을 때, 집안에 장미의 온기를 담은 웃음이 가득하였으면 싶다.

 

캘린더를 본다. 1월 28일이다. 오, 이제 겨울도 지나가는구나. 그 긴 겨울밤의 터널을 지나 2월이 오고 있구나. 우리는 코로나 불루라는 우울의 시대에서 마침내 봄을 맞이하겠구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미스트롯은 없다. 세계인들은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오직 대한민국만이 코로나 시대의 우울과 분노와 절망을 덮어주는 미스트롯이 있다.

 

우리는 지금 미스트롯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빛나는 보석들을 보고 있다. 반짝이는 보석들의 노래를 들으며, 코로나19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감동으로 물결치는 가슴이 새로운 희망을 맞이한다.

 

유진은 민지와 파스텔걸스와 함께 ‘손님 온다’를 부르고 있었다. 오냐, 곧 봄이 오면 나는 손님이 되어 단골집 주막을 찾아가야겠다. 옷집에 가서 봄옷을 한 벌 사고, 꽃집을 찾아가 장미 한 송이를 사야겠다. 유진의 머리 위에 꽂아줄, 고운 머리핀도 하나 사야겠다. 늙은 시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오 하늘이여, 우리를 축복하여 주소서.

 

2021. 1. 28일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자유논객연합 부회장, 시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자유교원조합 중앙고문, 국가유공자, 데일리저널 편집위원, IPF국제방송 편집위원, US인사이드월드 편집위원, 전추연 공동대표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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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8 [09:4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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