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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 "‘농악’을 ‘풍물’로 본래 명칭으로 바로 잡아야"
일제시대에 ‘농악’ 공연만 허용, 종합예술인 '풍물'로 불러야
 
김승국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5/31 [10:05]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농악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전승되어온 예술적 가치가 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농악은 고대 농경 전통사회에서 시작되었으며 마을 주민들이 함께 풍년을 기원하고, 개인과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제의를 행하며 예술적 집단 행위로서 고된 농사일을 덜었던 종합적 문화연행이다.

 

 그 내용은 쇠(꽹과리), 징, 장고, 북 4가지 악기를 중심으로 가락을 치며 춤과 함께 비나리, 고사소리, 고사덕담 등과 같은 노래와 재담, 사설, 재주, 등과 연극적 요소를 담당하는 잡색 등을 포괄하는 총체예술이다. 

 

 농악은 아직도 연희 현장에서는 지역에 따라 풍물 혹은 풍물굿, 풍물놀이, 풍장, 풍장굿, 두레, 두레굿, 매구, 매굿(‘山’굿)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농악의 다른 명칭인 풍물굿, 두레굿, 풍장굿, 매굿에 ‘굿’이라는 어미가 붙은 것에 대해 무속적인 행위를 떠올리고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굿이란 무속의 제의식을 말하기도 하지만 굿의 본래 의미는 '모인다'라는 뜻이 있는 용어로서 공동체적 바람을 집단으로 기원하고 집단적 신명으로 끌어 올려 새로운 삶의 결의를 다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는 말이다. 

 

▲ 농자천하지대본의 깃발을 들고 신명나는 풍물놀이 모습    © 박익희 기자

 

 농악의 종류로는 마을공동체를 위한다는 의미의 ‘마을굿’,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산(堂山)에서 하는 ‘당산굿(당굿)’, 집집마다 액운을 물리치며 걸립하러 다니며 하는 ‘걸립굿’, 연행자의 예술적 연기를 보여주고 오락적 성격을 갖는 ‘판굿’, 집집마다 마당 혹은 뜰의 지신을 밟으면서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의 ‘지신밟기굿’ 등이 있다.

 

 농악도 지방별로 차이가 있어 임실, 남원, 곡성 등 전라도 동북부 지역인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호남좌도농악’, 전라도의 서남부지역인 익산(이리), 정읍, 부안, 고창, 영광, 광주 등 곡창지역인 평야지대에서 전승되는 풍물굿을 ‘호남우도농악’, 진주, 삼천포, 부산 등 경상도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영남농악’, 안성, 평택, 대전 등 경기, 충청도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웃다리농악’, 강릉을 중심으로 영동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강릉농악’이라 한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부는 우리 민족의 민속문화에 관한 조사사업을 통해 민간 토속신앙이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간파하고 민간 토속신앙을 가장 중요한 탄압대상으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공동체를 형성·유지하는 장치 역할을 해온 마을굿(두레굿)을 철저히 제지하였다.

 

 그러나 1920~33년 산미증식계획을 실시하면서 농업장려운동의 하나로 풍물굿만은 허용하였다. 단, 풍물굿을 하는 단체들에 농업에 관련된 음악이라는 의미인 ‘농악’이라는 이름으로 국한해 공연신청을 해야만 허가를 하였다.

 

 해방 후 국악 정리 사업에서도 ‘농악’이라는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중요무형문화재 종목 명칭도 그대로 ‘농악’이란 이름으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종목지정 이후 ‘농악’이라는 명칭은 일제 용어의 잔재로서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 용어인 ‘풍물’이라는 용어로 바꿔써야 한다는 지적이 관련 학자들과 연행자들에 의하여 지속해서 제기되었으며, 농악 연행자들과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호응하여 풍물이라는 용어를 널리 즐겨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농악’이라는 용어는 일제 용어의 잔재일 뿐만 아니라 예술학적으로 잘못된 용어이다. 농악은 음악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제의식과 놀이, 그리고 춤과 연극적인 요소가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음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농악’이라는 명칭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용어인 ‘풍물’이라는 용어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농악은 연주와 장단, 춤, 노래, 놀이, 재담 등 연극적 요소가 같은 마당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신명의 총체적 예술이다. 우리의 거의 모든 전통연희와 제의식에 농악이 빠짐없이 함께 어우러진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분류에 있어 ‘음악’으로 분류된 것을 다시 한 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만시지탄의 느낌은 있지만, 이제라도 ‘농악’을 본래의 명칭인 ‘풍물’로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문화재 제도에 사용되고 있는 용어 중 일제의 잔재 등 문제가 있는 것들이 없는지 세밀한 검토와 시정이 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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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31 [10:0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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